94 장

이 여름은 유난히 짧았다. 마치 바람 한 줄기가 불어와 모든 지난 일들을 휩쓸어 가버린 것처럼 짧게 느껴졌다.

그 길고도 행복했던 겨울을 떠올리면, 김이 모락모락 나던 만두 한 그릇, 노점상에서 바람에 미친 듯이 돌아가던 바람개비, 교실에서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던 소리, 그리고 내 생애 가장 사랑했던 그 사람까지... 모든 것이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았다.

달콤한 악몽 같은 꿈.

......

"옌옌, 빨리 일어나! 네 남자친구가 건축학과 여신한테 꼬여갈라. 어서 일어나서 봐봐, 아래에서 달콤하게 붙어있다고!"

이불 속에 ...